안녕하세요!
꾸준함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엔프피.. 인사드립니다🤮
열심히 글 쓰겠다고 해놓고 오랜만에 와서 사과의 말씀 드려요 ㅠ_ㅠ
오픈한지 1년 반이나 지났지만 오늘 드디어 셀프인테리어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사실 너무 오래돼서 까먹었지만 기억을 되살려서 잘 써볼게요!
매물 알아보기
카페를 어떻게 만들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계획짜는 일을 마친 후에는 먼저 카페 매물을 알아봤습니다.
처음에는 공인중개소를 다니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20군데를 넘게 다녀보며 점점 감이 잡혔어요.
공인중개소마다 가지고 있는 매물도 다양하고 중개사님들마다 성향도 달랐죠.
나이가 어려서 장난치는 건 줄 아시는 분들도 계셨고,
성심성의껏 리스트로 10곳을 추려 직접 당일에 보여주시며 설명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억울하지만 빠꾸도 먹고(?), 여러군데를 보러다니며
을지로의 한 곳, 상수 부근의 한 곳, 지금 자리 중 고민을 정말 많이 하다가 결정을 했어요.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 중 한가지는 내부 화장실 여부였습니다.
계약을 마치고는 공인중개소에 계신 중개사 분들의 박수와 응원을 받았어요!
기존 매장은 애견수제간식 매장이었는데 사방이 유리가벽으로 막혀있었고,
출입문 외에도 건물로 통하는 문이 있어 손님 자리를 구상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카운터 위치도 정말 많이 고민이 됐었어요.
왜냐하면 처음 구상했던 제가 원하는 구조로 만들기에는 실측하는 과정에서 걸리는 부분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도면을 만든 후에도 공사 중간중간 생기는 문제때문에 바뀐 부분이 정말 많았습니다.
공사전에도 원하는 빈티지 오디오를 사러 을지로부터 광명까지 돌아다니며 청음을 해보기도 하고,
조명, 그릇/컵 등을 사러 남대문시장과 특히 을지로를 많이 다녔어요.
몇 달 전부터 어떤 모양의 조명을 살지, 어떤 음료를 어떤 용량/어떤 컵에 담을지 등 정말 세세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닥쳐보니 생각과 다른 부분이 정말 많아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공사 시작
처음 매장에 있던 유리 가벽들과 앞을 가로막는 대리석 카운터를 없애기 위해 철거를 해야 했습니다.
부수고 치우는 거니 가장 저렴한 분으로 했는데 너무 친절하시고 일처리도 완별 깔끔, 공사 팁도 알려주시고 너무 좋은 분이셨어요.
철거를 마치고 빈 공간을 보니 도면을 다시 확인하기에 훨씬 수월했습니다.
철거를 하고 나서는 전기/설비 공사 등을 했는데요.
나무로 만드는 목공 작업을 하기 전에 설비를 완벽히 해야 했는데, 목수 아저씨가 설비까지 간단히 저렴하게 해주신다고 해서 맡겼다가 망했습니다.
나중에 설비 아저씨한테 수습을 부탁했다가 혼나고 돈도 2배로 깨졌습니다.
기가 엄청 쎄시고 친절하신데 뭔가 강압적인 느낌이라 의논하면서 소통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이건 못해요. 꼭 해야된다고요? 아~..예 해드릴게요." 이런 식으로 귀찮아서 안하고 싶은 티가 팍팍 나는 느낌?ㅠㅠ
그것도 그렇고 공사가 끝난 후 한참 후에 확인할 수 있었는데 대충 해주셔서 나무 톱밥이 그대로 있고, 하부장의 문 한쪽은 열리지도 않는 등의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는 교훈을 또 하나 얻었죠.
각 분야의 전문가는 이유가 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가슴 깊이 새겨지는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전기 공사 아저씨는 엄청 스윗하셨는데, 말도 많으시고 아빠처럼 챙겨주셨어요.
"사장님은 잘 웃으니까 분명 잘 될거다" 라고 해주시고 옛날 얘기도 해주시고, 나중에 임시 전등이 필요했는데 한달음에 와서 설치해주시고, 콘크리트 벽이 안뚫린다고 찡찡대니까 전기 공사가 아닌데도 뚫어주시고, 화장실 잠금 장치도 달아주시고, 개업 선물로 서비스 전등도 달아주셨는데요.
전기 아저씨와는 중간에 같이 밥도 먹고 올 만큼 친해졌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페인트를 칠했습니다.
엄마, 지인, 가장 친한 친구 예진이, 승미라는 친구가 도와줬는데, 아직까지 너무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특히 예진이는 거의 매일 아침부터 자기 일처럼 도와줘서 너무너무 고마웠었어요.
제 생일이 1월 2일인데, 공사와 겹쳐서 공사장에서 예진이랑 케이크를 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진이랑은 카페 전체, 벽, 의자를 밟고 천장까지 싹 다 칠했습니다.
몸살날 뻔 했지만 너무 뿌듯하고 고마웠어요.
그리고 화장실, 여러 목공 작업물 등 페인트를 칠한 곳이 정말 많았는데요.
가죽자켓을 입고 칠하다가 자켓은 버리게 됐고, 의자를 밟고 칠하다가 내려오면서 페인트 통에 발이 빠지고,
나중에는 붓 대신 맨손으로 칠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도 화장실 천장 쪽은 조금 덕지덕지해요
페인트를 칠하고 나서는 직접 목재소에 가서 산 나무로 서랍과 간판까지 만들게 됐습니다ㅋㅋㅋ
원래 이 정도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하다보니 목수로 전향할 만큼 하게 됨..
간판은 원래 업체에서 하려고 했는데,
전기 아저씨가 "아유~ 사장님이 직접 해요." 이러시더니 드릴로 직접 달아주시기까지 했습니다.
카운터 상판은 나무로 할 지 스테인리스로 할 지 고민하다가 스테인리스를 절곡해서 실리콘으로 직접 붙이기도 하고,
실내 파벽돌과 가장 비슷한 소재를 찾아 톱으로 자르고 실리콘으로 또 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카페를 전체적으로가 아닌 하나하나 뜯어보면 엉성한 흔적이 많아요.
첫 오픈
그렇게 공사를 마무리하고 짧은 가오픈 후 본격적으로 가게를 오픈했습니다.
처음 계획했던 공사 기간보다 오픈이 늦어지고 구석진 위치에다, 따로 홍보를 크게 하지 않았음에도
첫 가오픈 때 어떻게 알고 찾아와주신 손님께는 너무 감사해서 가장 비싼 디저트를 서비스로 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카페 공사를 하며 생각지 못한 난관에 부딪힌 적이 많아 중간에 바뀌는 일도, 멘탈이 흔들리는 일도 많았지만
모든걸 내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점 덕분에 카페에 대한 애정이 더 큰 것 같아요.
지금도 카페를 운영하며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사소한 부분을 조금씩 바꾸기도 하는데요.
처음에는 한정된 예산 내에서 하고 싶은 공사들을 하는게 현실적으로 어려워 포기했던 부분이 정말 많았지만
돈을 많이 벌어서 2호점 또는 다른 호점을 내게 된다면 조금 더 충분한 예산으로 제가 원하는 카페를 마음껏 꾸미고 싶어요!
이렇게 시작한 첫 가게에서 합정 카페 순위 1위까지 찍었을 때는 날아갈 뻔 했습니다.
앞으로도 승승장구해서 2호점, 아니 100호점까지 내고 건물주가 되고 싶어요.
모두 많이 많이 응원해주시고 카페 놀러오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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