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화덕피자 집을 그만둔 후 예진이와 오키나와 여행을 가기로 했다.
돌에 구운 스테이크가 유명하대서 엄청 설렜었다. 더군다나 성인이 된 후 친구랑 단둘이 가는 첫 해외여행이었으니까! (필리핀 빼고)
비행기에서 내리면 설렐 줄 알았는데 너무 더워서 숨이 막혔다. 안그래도 더운 일본인데 여름이라 정말 찜질방인 줄 알았다. "우리 그냥 숙소에만 있을래..?"라고 하던 예진이가 아직까지 생생하다.
첫 해외여행이라 튜브도 2개나 챙겼다.
하나는 그 시절 유행하던 대왕 플라밍고 튜브였는데, 입으로 바람을 부느라 둘이 질식할 뻔했다. 바람을 분 후에도 문제였는데 엄청 커서 같이 머리에 이고 다니고, 바람을 뺄 수가 없어서 나중에는 그냥 버리고 왔다.
숙소에서 책 읽자고 둘 다 책을 3권씩 캐리어에 들고 왔는데 하나도 안읽었다. 그리고 1일 1 돌스테이크를 먹고 나중에 이거 먹으러 오키나와 다시 오자고 약속했다. 관람차도 타고, 이것저것 구경하고,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참 재밌던 추억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진짜 어이없는 게 기억이 안 나는데 날짜를 보니 오키나와 갔다가 한 달 후에 예진이랑 또 블라디보스토크를 갔다.
한이 맺혔었던 걸까?
블라디보스토크는 한국에서 2시간밖에 안 걸리는 러시아인데, 8월에 갔음에도 긴팔 입고 다닐 정도로 시원해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 처음 가본 유럽 느낌의 풍경들이 너무 신기했었다.
하지만 영어도 잘 안 통해서 스파씨빠 (감사합니다)만 외웠고, 길을 못 찾아서 숙소도 못 들어갈 뻔했었다.
에피소드 중 하나는 라면을 먹으려고 마트에서 물을 사 왔는데 알고 보니 탄산수였고, 방 안 가득 라면수프 냄새로 차서 1시간 동안 콜록거리고 정말로 질식할 뻔한 사건이 있었다.
바다 (항구?) 앞에서 말도 타고, 와중에 책을 또 챙겨가서 카페에서 책도 읽고, 유명한 킹크랩도 먹고, 워터프런트 펍도 가고, 놀이기구도 타고, 매일 철판아이스크림도 먹었다. 도시가 작아서 철판 아이스크림 집에 연속 3일을 가니까 아저씨랑 친해지기도 했다.
또 관광 원숭이랑 사진 찍다가 예진이 사과도 뺏겼는데 너무 사람 같아서 무서웠다. 한국인이 신기한지 같이 사진 찍자고 한 여자 친구들도 있었다. 유명한 팬케이크도 먹었는데 하필 마지막 날 먹어서 진작 먹을 걸 하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예진이가 즉흥적으로 부엌 가위로 앞머리를 자르기도 했다. 그래서 더 웃기고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여행에서 사진도 정말 많이 남기고 날씨도 정말 좋았어서 다녀와서 포토북까지 만든 곳이었다. 해외여행 경험이 적고 어린 마음이라 배로 좋았던 걸 수도 있지만 그립다 ㅠ_ㅠ
세부
역마살이 제대로 꼈던 건지 블라디보스토크에 갔다 온 지 한 달도 안 돼서 또 세부를 갔다.
고등학생 때 호정이가 소개해준 친구 민경이랑 둘이 갔는데, 사실 그때는 좀 덜 친했고 여행 후에 급 친해진 것 같다. 갑자기 둘이 여행 가자고 해서 가게 됐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항공사가 진에어였는데, 비행기에서 엽서 쓰는 이벤트를 했다.
서로에게 열심히 편지를 쓰고 있었는데 잘생긴 승무원이 우리한테 말 걸고 나중에 다들 잘 때 또 와서 뭐라고 했었다. 확대해석+금사빠인 우리는 그 승무원 분 이름까지 외워서 나중에 페이스북에 찾아봤는데 못 찾았다. 정성보씨 잘 살고 계신가요..
민경이랑 싸울 뻔한 적도 있다.
내가 서운했던 점은 난 사진을 열심히 잘 찍어줬는데 민경이는 이상하게 찍어줬던 거랑 포켓 와이파이를 민경이가 가지고 있어서 혼자 폰을 했던 것이다. 민경이가 서운했던 점은 내가 취해서 민경이를 버리고 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미안ㅠㅠ
난 서운한 점을 꾹꾹 담아두다가 까먹어버렸고 (지금 생각나서 쓰긴 하지만), 민경이는 나한테 얘기하고 사과해서 싸우지는 않았다. 조금 어른스러워진 지금 또 간다면 절대 감정 상할 일 없이 재밌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호핑투어도 하고 쇼핑몰도 가고 술도 마시고, 내가 호텔에서 망고를 20개 먹어서 민경이가 기겁한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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